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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웅장한 메트로배니아 맵을 디자인하는 방법: <할로우 나이트> 개발자 인터뷰
    게임 개발 자료 번역/기사 2020. 8. 2. 22:37

    ● 원문: https://www.pcgamer.com/how-to-design-a-great-metroidvania-map/

    이미지 원본도 위 주소에서 보실 수 있어요.

    ● 본 기사는 <할로우 나이트>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해당 번역물을 공유하실 경우 출처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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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맵 디자인 구석에 아리 깁슨이 그린, <할로우 나이트> 캐릭터 스케치

    웅장한 메트로배니아 맵을 디자인하는 방법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를 본받아 나온 게임들의 복잡한 2D 공간을 탐험하는 건 독특한 만족감을 줍니다. 세계가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 숨겨진 방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는 기분, 기존에는 갈 수 없던 장소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죠. 잘 만든 메트로배니아 맵은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구석을 정복하고 싶게 만들고, 같은 길을 몇 번씩 가더라도 즐거움을 줍니다.

    그러면 메트로배니아 맵은 어떻게 만들까요? 어떻게 하면 되돌아 가는 과정조차 흥미롭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통제 받으면서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유기적인 세계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비장의 공식이나, 이론서라도 존재하는 걸까요? <할로우 나이트>의 제작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할로우 나이트>는 메트로이드에서 영향을 받은 환상적인 게임으로, 신성둥지라는 몰락한 왕국에서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돈 블루스(Don Bluth)의 <The Secret of Nimh>이 연상되네요(쥐 대신 곤충이 들어가 있지만 말이죠).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어드벤처 게임을 어떻게 특정 짓고, 왜 이 작품을 메트로배니아라고 부르지 않는지 얘기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본론으로 넘어가 스케치, 도표, 개발 초기부터 최종 버전까지의 세계 디자인을 살펴봤습니다.

     

    <할로우 나이트> 맵의 기원

     

    아리 깁슨(Ari Gibson; 애니메이터 및 팀 체리의 공동 디렉터; 이하 깁슨): <할로우 나이트>는 게임 잼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때는 가장 단순한 형태였죠. 우리는 만들면서 장르에 대한 얘기는 안 했던 것 같아요. <메트로이드> 및 <캐슬배니아>와의 차이점조차 의식하지 않았었죠.

    윌리엄 펠렌(William Pellen; 기획자 및 팀 체리의 공동 디렉터; 이하 펠렌): 게임을 만드는 동안에도 다른 비슷한 게임들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죠. 인디 게임들 말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도 알 수 있었어요. “세상에, 또 메트로배니아야. 왜 자꾸 이런 게임들을 만드는 거야?” “거대하고, 서로 연결된 맵들만 내세울 수 있는 게임이잖아.” 그래서 홍보 같은 걸 할 때 이 게임을 메트로배니아라고 부르는 걸 꺼리게 됐죠.

    깁슨: 그래도 별 상관 없었어요. 게임을 만들 때 장르를 신경 써야만 하나요? 메트로배니아를 만들고 있다고 스스로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그 전형을 따라야만 하나요? 우리가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거대한 세계에서 하는 모험을 만들고 싶었고, 그 세계를 발견할 것들과 볼거리들로 채우자고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사람들이 거기에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요.

    펠렌: 개발 초창기에는 기본 진행 순서를 정했었습니다. 주인공의 모든 능력을 구상하고, 어떤 순서로 얻게 할 지 대략적으로 짰었죠. 또한 세계의 기본 구조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있었어요. 시작은 단순한 형태였죠. “이게 이 세계의 모양이야. 주인공은 이 능력들을 이 순서로 얻을 거고, 그 순서는 그가 어떤 동선을 따라 세계를 탐험할 건지 정해줄 거야.” 그리고, 게임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능력을 정해진 순서로 얻기 보다는 각자 별개의 과정으로 두기로 결정했죠.

    깁슨: 좀 덜 선형적인 형태로요. 우리는 게임의 수많은 장애물을 조금씩 수정하여, 대부분의 능력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적인 것이 되는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이 게임의 스피드런을 할 때면 대부분의 능력을 얻지 않고 진행해요. 바로 저희가 원하던 바죠.

     

    <할로우 나이트>에 등장하는 적과 소구역 대부분은 종이 위에서 시작했다.

    펠렌: 초기 구상 중 하나는 중앙 상단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잊혀진 교차로(Forgotten Crossroads)라는 지역 이름은 그곳이 세계의 중심에서 모든 지역으로 가는 갈림길이라는 의미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균류 지역, 오른쪽에는 사막 지역, 아래에는 눈물의 도시(City of Tears)가 있었죠. 그 형태는 실제 게임에서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교차로를 지나 있는 세 개의 지역에는 각각 보스가 있는 구성이었고, 그 보스들도 서로 모습만 조금 바뀐 수준이었어요.

    깁슨: 이들이 바로 꿈꾸는 자(Dreamers)였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보스였던 셈이죠. 실제 게임에서는 가면만 서로 비슷하지, 몸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지만 말이죠. 그리고 각 지역에서 보스를 잡고 나면,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 최종 보스와 싸우는 구성이었습니다. 실제 게임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아셨겠죠. 규모가 커지고, 꿈꾸는 자들이 완전히 다른 지점에 위치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그들을 물리친 다음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 최종 보스와 싸워야 합니다.

     

    <할로우 나이트>의 초기 콘셉트는 방들이 임의로 연결된 채 생성된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기각됐다.

    펠렌: 게임 잼 버전 때는 각 소구역을 조립식으로 만들어서 매번 재배열하는 걸 생각했었습니다. 내부 구성이 그렇게 무작위가 되지 않는 선에서요. 기본적으로 한두 시간 만에 클리어할 수 있지만, 플레이할 때마다 구성이 조금씩 바뀌고, 능력을 전과 다른 순서로 얻게 되는 식이었죠. 검은 윤곽선 사이사이에 하얀 부분이 보이시죠? 그게 각 소구역의 출입구가 될 수 있는 위치들을 표시한 겁니다. 소구역들이 매번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죠. S1, S2, S3는 비밀구역(Secret)을 의미합니다. 거기에는 애벌레(Grub; <할로우 나이트>에서 구출할 수 있는 보너스 NPC들)나 보물상자가 있을 수도, 아무 것도 없을 수도 있었죠.

    깁슨: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재미있지 않았죠.

    펠렌: 맞아요. 스트레스만 받았죠. 스토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재미 없었어요. 지금의 <할로우 나이트>가 가진 장점을 생각해 봐도, 우리는 각 소구역의 위치는 물론 세계 속에 있는 것들이 서로 말이 되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게임의 진행 방식을 짠 다음, 팀 체리는 교차로를 중심으로 한 4가지 지역을       구상했다. 모든 게 거기서 출발했다.

    펠렌: 자, 여기 다시 교차로가 있습니다. 좀 더 살이 붙어서 말이죠. 그리고 녹색 거리(Greenpath)와 버섯 황무지(Fungal Wastes)의 초기 모습도 확인하실 수 있죠. 첫 단계로 고려한 건, 각 지역이 세계의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였습니다.

    교차로는 모든 것의 중심이었고, 모든 지역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죠. 거기서부터 지역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나 기본 동선을 스케치한 다음, 다른 부가적인 소구역들도 추가했어요. 그렇게 기본적인 구조를 잡고 난 다음, 깁슨이 내부 모습을 스케치했죠.

     

    맵이 형태를 갖추는 과정

     

                        각 지역에 붙은 번호는 선형 진행 순서를 의미한다.                    팀 체리는 그 후 동선의 필수성을 완화시켰다.

    펠렌: 이게 한 동안은 게임의 구조였습니다. 유니티로 바꾸기 전, 처음 다섯~여섯 달 동안은 스텐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했어요. 게임 메이커류의, 훨씬 작은 프로그램이었죠. 이 세계 전체를 타일로 찍었어요. 검은 블록 상태의 맵 안을 활보할 수 있었죠.

    이 때 기본 동선은 이랬어요. 처음에 마을에서 교차로로 내려온 다음, 균류 지역으로 가 능력을 얻는다. 그 다음 도시 지역에서 또 능력을 얻고, 뼈의 숲에 가서 또다른 능력을 얻는다. 그 다음 돌아와서 두 번째 도시 지역으로 가고, 돌아와 균류 지역에 다시 들린다. 그리고 모든 걸 얻은 뒤에, 최종 보스와 맞붙는다.

    이 중 많은 곳들이 개별 지역으로 분리돼 나갔어요. C2의 경우, “맨 처음 교차로 지역으로 돌아오도록 한다면 재밌겠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그 지역은 기존과 조금 다른 느낌을 주어야 했죠. 그래서 교차로의 광산 지역인 것처럼 보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생각이 발전해 수정 봉우리(Crystal Peak)라는 하나의 전혀 다른 지역이 생겨났죠. 원래 지역 이름은 수정 광산(Crystal Mines)이었답니다.

    깁슨은 각 지역을 어떻게 차별화할지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이 균류1 지역은 녹색 거리가 되었죠. 균류2가 버섯 황무지가 됐고요. 균류3 지역은 안개 협곡(Fog Canyon)과 여왕의 정원(Queen’s Gardens)이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작업하기 시작하자, 세계가 알아서 조금씩 짜맞춰졌죠. 가령 깁슨은 뼈의 숲 지역이 용암이 흐르는데도 세계의 아래쪽에 있지 않다는 걸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요.

     

    개발이 더 진척된 뒤 신성둥지의 모습. 거대한 뼈의 숲이 아래로 이동했다(회색 지역).    그 지역은 이후 삭제됐다.

    깁슨: 결국 뼈의 숲은 실제 게임에는 집어넣지 않았죠.

    펠렌: 방금 얘기한 녹색 거리와 안개 협곡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게 된 걸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확실히 존재하죠. 뼈의 숲도 아직 남아있었고, 그 전체적인 구조를 어렴풋이 확인하실 수 있죠. 2단 점프 능력이 이 지역에 있었어요. 실제 게임에서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지만 말이죠. 이제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 이해 가실 거예요.

    우리는 뼈의 숲 지역을 세계의 오른쪽으로부터 뜯어내 더 아래쪽으로 옮겼어요. 그러고 나니 뼈의 숲으로 이어지는 다른 지역이 필요했죠. 마침 우리는 새로운 지역에 대한 여러 구상이 있었어요. 포식자들로 가득한 지역, 적이 쫓아오는 좁은 공간 같은 거요. 또한 등불 아이템에 대한 얘기도 했었기에, 어두운 지역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깁슨은 거미로 가득한 곳을 간절히 넣고 싶어했죠. 거기에 전차까지 포함해 모든 생각을 합쳤어요. 그 결과 깊은둥지(Deepnest)가 탄생했죠.

    깁슨: 뼈의 숲 지역은 굉장히 광활했고, 그걸 뺀 결정적인 이유도 게임의 규모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그걸 제시간에 만들 수 있을 지도 몰랐고, 이 게임은 이미 몇몇 플레이어에게는 벅찬 수준이 되어 있었죠. 세계는 거대했고, 사람들은 그 중 많은 걸 머릿속에서 기억해야 했는데, 거기에 또다른 광활한 지역이 추가된다니 다들 자신들이 얼마나 더 기억할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였죠.

    펠렌: 뼈의 숲은 가장 큰 지역이었어요. 개발도 됐었죠. 적은 배치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용암이라든지 뼈 구조물이라든지 둘러볼 수 있었죠. 하지만 잘라내야 했어요. 작은 지역 몇 개가 그 자리를 대신했죠. 우리는 깊은둥지의 일부를 떼내 확장시켰어요. 그래야만 했었죠. 그렇게 고대의 분지(Ancient Basin)가 나왔어요.

    한편 게임에 집어넣어야 하는 요소들이 있었죠. 벌집(Hive)이라든가, 호넷(Hornet; 작중 주요 캐릭터)과의 재대결 같은 것 말이에요. 그래서 왕국의 끝자락(Kingdom’s Edge)을 만들었어요. 거기는 우리가 추가한 마지막 지역이었고, 단순히 맵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곳이었어요. 왕국의 끝자락은 일종의 잡동사니 통과 같았죠. 한동안은 단순히 외곽지역(Outskirts)이라 불렸지만요. 다른 지역에 집어넣을 수 없는 것들을 그곳에 몰아넣었죠. 그러고 나서야 고유의 정체성이 생겨났죠. 지금은 꽤나 멋진 곳이에요.

    깁슨: 순수하게 스토리적 용도로만 존재하는 유일한 지역은 푸른 호수(Blue Lake)예요. 비 내리는 도시 위에 있는 곳이죠. 지하에 있는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설명 안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위에 거대한 호수를 넣은 거죠.

     

    소구역 계획도의 확대샷. 플랫폼과 오브젝트의 위치가 스케치돼 있다.

    깁슨: 이건 각 소구역 안에 뭐가 있을지 간략하게 그려둔 거예요. 그 다음에는 실제로 타일을 제작하고 소구역들을 연결하기 시작했죠. 이 세계는 64x64 픽셀 크기의 검은 타일들로 만들었어요. 그려 넣기도 쉽고, 덕분에 많은 테스트를 하며 공간이랑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죠. 또한 그렇게 하니 이 거대한 구조를 매우 빨리 짤 수 있었어요.

    펠렌: 우리는 그 과정을 “소구역에 타일을 깐다”고 불렀어요. 그런 식으로 시작했죠. 공간 안에서 움직이면서 모든 발판에 대충이라도 닿을 수 있는지, 그게 말은 되는지 확인했어요. 그 다음엔 깁슨이 배경이랑 다른 요소들을 소구역에 집어넣으며 꾸몄어요. 그 다음에는 저나 깁슨 중 아무나 적이랑 상호작용 대상들을 배치했죠. 악당들, 화폐 덩어리, 스위치 같이 필요한 것 전부를요.

    하나의 지도를 세계로 바꾸다

    깁슨: 98%는 잘 맞아떨어졌어요. 몇 가지 옥에 티가 있긴 했죠. 작은 소구역이 20타일 정도 너무 아래에 있다든가 하는 것 말이에요. 그래도 소구역이 통째로 모순되거나 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죠.

    펠렌: 우리는 사람들이 세계를 탐험할 수 있길 바랐어요. 현실의 공간과 같이, 어떤 한 지역에서 문을 열고 나가니 전혀 다른 지역에 와있고, 그게 너무 많아서 더는 머릿속에만 담아 놓을 수 없는 그런 경험이요. 한편 우리는 각 지역들을 최대한 서로 많이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죠.

    깁슨: 그렇게 하면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길을 되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겨우 2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가야만 하는데 바로 갈 수 없다는 건 짜증나는 일이거든요. 확실히 실용적이죠. 그리고 저희와 같은 플레이어들에게는, 물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나, 각 지역이 서로 섞여 들어가는 것을 보는 건 그 자체로 보상이 되거든요.

    깁슨: 우리가 내린 많은 결정들, 가령 거대한 규모와 수많은 소구역들을 넣은 것은, 발견이라는 즐거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탐험과 발견. 그리고 저희에게 이 발견이란 단순히 깃발 500개나 동전 500개 찾는 것과는 달라요. 발견은 특별한 장면, 특별한 등장인물, 지금껏 본 적 없는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처럼 특별한 시스템,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것들을 의미하죠.

    세계의 구조에서 그런 암시를 많이 줬어요. 가령 거대한 호수가 있으면 그 물이 어디로 갈 지 생각하게 되죠. 이건 단순히 추상적인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니까요. 그런 식으로 바라보며 논리적인 경로들을 만들다 보면, 흥미로우면서 납득이 가는 공간이라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죠.

    펠렌: 논리적인 장소를 만드는 건 어떨 땐 까다로운 일이지만, 어떨 땐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고, 게임이 말이 되게 해줍니다.

     

    게임이 완성된 시점에서의 <할로우 나이트> 속 세계

    깁슨: 하지만 맵을 딱히 계산하면서 만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펠렌: 기본적으로 직관을 따랐죠. 우리는 이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고, 저는 소위 말하는 수학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았어요. 이 유형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가? 타일 몇 개를 두는 게 최적이다, 어쩌고저쩌고 같은 거요. 그런 계산은 전혀 안 했죠. 깁슨 말대로예요. 제일 먼저 각 지역의 용도를 계획하기보단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했죠. 그 세계가 흥미로우면서 말이 되는 방식으로 이어지게 만들고자 했고,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깁슨: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또한 옳은 접근법예요. 우리의 의도는 잘 이어진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쉽게 헤맬 수 있길 바랐어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버려도 그 끝에서 다른 능력을 획득하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선 롤러코스터 같은 동선을 짜는 일도 흔하죠.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굴곡이 있는 한 가지 길을 따라가는 게임들 말예요. 요즘은 메트로배니아류 게임들도 그런 방식을 채택하곤 해요. 목적을 더욱 명쾌하게 만드니까요.

    펠렌: 그런 게임에서는 그 한 가지 길을 둘러싼 세계를 구성하고, 우회로 같은 건 잘 안 넣죠.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 효과적이에요.

    깁슨: <Guacamelee!>가 좋은 예시죠. 세계를 정면으로 돌파해버리거든요. 굉장히 잘 짜여진, 정제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펠렌: 보다 치밀한 느낌을 주죠. 그런 게임을 디자인할 때면, 플레이어가 언제쯤 어디에 있고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알기 쉬워요. 보다 일관된 구성이 갖춰진 거죠.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할 수 있어요. 만약 길을 잃더라도, 탐험을 계속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말예요. 길을 헤매고, 난관을 만나야 하더라도 그건 보상받을 거예요. 한 시간 동안 같은 동굴을 통과하더라도 장애물이나 똑같은 적만 만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우리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이리저리 돌아갈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은 비밀들이나 볼거리들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적의 종류도 굉장히 많이 만들고자 했죠. 만약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그저 세계를 유랑하더라도, 지난 번에 지나쳤던 방에 들어갔더니 본 적 없는 기괴한 뚱보 적이 나타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모든 것을 하나로

     

    "검은 타일 뭉치" 단계의 소구역. 아트가 들어가기 전, 기본적인 지형을 표시해뒀다.

    깁슨: 처음에는 타일 뭉치만 있을 뿐이었죠.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면서 아트를 더하고, 게임에 필요한 요소들과 소리, 음악, 그리고 다른 작은 디테일들을 더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게 됐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100번은 넘게 이 게임을 돌려봤는데, 처음에는 블록들 뿐이었던 곳이 마지막에는 하나의 공간이 되는 거죠.

    이 공간에 있는 게 즐겁고, 플레이어들이 이 세계에 있는 걸 즐기게 할 수 있다면, 반은 완성한 거예요. 타일 몇 개를 잘못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왜냐면 모두들 그게 원래 있어야 하던 거라고 믿게 되었으니까요. 모든 것의 위치가 납득할 만하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펠렌: 다시 말하지만, 이런 걸 만들어 본 건 처음이었어요. 초창기에는 타일을 만들고 적절한 적을 집어넣어봐서, 완벽한 게임플레이가 나온 뒤에 꾸며야 하나?라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죠.

    깁슨: 기억하기론 이틀 동안 스케치에 기반해서 타일을 만들고, 다음 나흘 동안은 아트를 그리는 식이었는데, 그래도 완성도는 85~90% 정도 밖에 못 미쳤어요. 계속 그랬다면 게임을 완성할 수 없었겠죠. 지금보다 3년은 더 뒤에 발매되었을 걸요.

    펠렌: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저는 상호작용 요소에 발이 묶였을 겁니다. 지역 단 하나!에 넣을 적들을 만드는 데 한 달이나 걸린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목록을 완성하고 난 뒤에도 적, 스위치, 다리 같은 걸 집어넣느라 지역마다 일주일 씩은 잡아먹었을 지도 몰라요.

     

    깁슨이 손으로 그린 아트 리소스들

    깁슨: 스스로를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10년 넘게 수백, 수천 개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고, 확고한 취향과 직관을 쌓아왔다고 말이죠.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뭔가 잘 짜졌다는 직감이 들면 그렇게 믿어야만 했어요. 다행히도, 그 직감이 옳았던 것 같아요.

    펠렌: 대체로 그랬죠. 그렇게 만든 다음에는 소소한 조정 작업을 했어요. 어떤 발판은 한 타일 더 아래로 두거나, 어떤 적은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니 천장을 조금만 더 없애는 그런 거요. 그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일을 지체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게임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게 핵심 중 하나입니다. 가령 주인공을 생각해보세요. 그 친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전부 단순한 동작들로 이루어진, 나름 정형화된 것들이죠. 적들도 일부는 교활하지만 기본 형태는 단순하도록 했어요. 그래야 세계가 어느 정도의 단순함을 가질 테니까요. 덕분에 우리는 많은 걸 따로 개발하면서도, 그들이 서로 안 어울릴 거란 걱정을 잘 안 했어요. 적, 보스, 지역, 능력 같은 게임의 많은 요소들을 별개로 만들었지만, 모두들 같은 형태와 단순함에서 시작했죠. 그래서 그 모든 걸 하나로 묶은 뒤에도 불협화음은 나오지 않았어요.

     

    "꾸며진 뒤" 소구역의 모습

    깁슨: 2년 간 게임을 만드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지름길이나 편법을 발견했지만, 그냥 놔뒀어요. 이런 걸 사람들이 발견해내면 그들은 신나고, 재미있어 할 테니까요.

    펠렌: 우리는 가능한 모든 걸 그대로 놔두려고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게 갇히게 된다거나, 그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몇몇 날아다니는 적은 그 위를 타고 길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일부러 배치했습니다. 가령 심록길 초반부에 나오는 어떤 모기는 특정 장소로 유도한 다음 타고 넘으면, 아래쪽 길을 굳이 돌파할 필요 없죠.

    깁슨: 플레이어 중 0.1% 정도만이 그걸 찾아내겠지만, 그들은 꽤 좋은 걸 발견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펠렌: 만약 누군가 스스로 길을 개척하거나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는 이 모험, 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겠죠.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런 걸 정말 좋아하죠. 만약 헤엄치거나 다른 걸 하다가 단순히 벽을 타고 올라가니 전혀 다른 지역이 나왔다고 생각해봐요. 원래 가려던 곳 대신 그 지역을 탐험하는 기분은 전혀 다를 겁니다. 과연 그 곳에 원래 올 수 있는 게 맞는지 모를 테니까요.

    깁슨: 알고 보면 별 거 아닌 일이에요. 그저 다양한 단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죠.

    펠렌: 전부 하나되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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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겜 하세요